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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과 잘 지내는 비결

이경준 목사 0 419

 

   에게는 저보다 13살, 11살 많으신 두 형님이 계십니다. 한국전쟁 중에 형님 두 분과 누님 한 분을 잃었기 때문에 형님과 저 사이에는 나이 차이가 많이 있습니다. 요즈음 두 형님과 부쩍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 둘째 형님께서 호박을 썰어서 말린 것을 한 자루 보내오셨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하여 제 아내가 형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통화 중에 형님께서, 우리가 묻지도 않았는데, “제수씨 나 요새 교회 나가요.”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알고 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부부가 그 사실에 얼마나 놀라고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제 첫째 형님은 정년퇴직을 하신 후, 문막에서 밭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십니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형수님으로부터 제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농사를 지어서 수확한 배추랑, 무랑 갖다 먹으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시간을 내어서 저희 부부는 연락을 드리고 달려갔습니다. 저희가 온다고 보쌈도 준비하고 부침개도 부쳐놓고 칼국수도 일부러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물론 우리도 형님이 좋아하시는 통닭과 형수님이 좋아하시는 포도와 감을 사가지고 갔습니다. 전부터 이렇게까지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십여 년 전에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희 큰 형님은 성당에 다니시면서 제사를 지내고 계셨습니다. 어느 날 제사상에 올릴 과일을 형님께서 깎고 계셨습니다. 목사로서 저는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형님에게 정중하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형님, 이제 저도 목사가 되었는데, 제가 추도식으로 인도하면 어떨까요?” 형님은 바로 고개를 돌리시면서 “아냐, 나는 제사 지낼 거야.”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성령님께서 그 순간 제게 깨달음을 주셨다고 믿습니다. ‘맞다, 내가 형님께 너무 권위를 드리지 않았구나. 형님께서 제사권까지 내려놓으시면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기억에, 저는 중학생일 때부터 모든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살았습니다. 형님에게 무엇 하나 여쭤본 기억이 없습니다. 집에서 잠을 자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학교에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여쭤볼 시간도 없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한 후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무슨 때가 되면 예우를 갖추고 형님을 대했을 뿐, 형님에게 무엇을 여쭤보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형님에게 권위를 드리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니 형님께서 제사권까지 내려놓으시면 아무런 권위도 가지지 못하시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부터 제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형님에게 권위를 드려야,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믿기도 하시고 제사권을 내려놓으시고 내가 추도식을 인도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요즈음은 사소한 것도 형님에게 잘 묻습니다. 배추 열 포기를 싸주시면, 두 포기만 더 달라고 비비기도 합니다. 밭에 있는 예쁜 야생화를 보면, 그것도 캐달라고 합니다. 전에는 형님 댁에 가는 도중에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고, 형님 댁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형님 댁에서 밥을 먹습니다. 형님 부부가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로부터 가끔 그런 얘기를 듣습니다. “배추 열 포기 무 몇 개 가지러 가봐야 기름 값도 안 나오겠다.” 물론 고기랑 선물까지 사가지고 가면 손해(?)입니다. 그러나 사람 사는 것이 꼭 효율을 따지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복음을 전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그분에게 많은 권위를 드리십시오. 그분이 자신의 권위를 내려놓고 복음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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