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일꾼의 덕목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는 공립학교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이 5년마다 다른 학교로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훌륭하시지만, 간혹 실력이 없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수업시간에 실력이 없는 분이 들어오시면, 우리는 교과서를 앞에 펴놓은 채 그 안에 다른 문제집을 감추어 놓고 열심히 풀었습니다. 그 선생님의 인품은 나무랄 데가 없는 분이었습니다.
다른 한 분은 실력이 대단하셔서 유명한 참고서는 몇 페이지 몇 째 줄에 어떤 내용이 있는 것까지 꿰뚫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매월 보는 모의고사에 얼마나 문제를 어렵게 내시던지, 100점 만점에 학생들의 평균이 12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성품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쩌다가 볼펜을 만지다가“똑”하는 소리가 나면, 여지없이 앞으로 나오도록 하여 귀 옆에 있는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셨습니다. 때로는 가운데 손가락을 튕겨서 코끝을 때리기도 하셨습니다.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대통령 삼선개헌 반대 데모를 하였습니다. 그때에 삼선개헌과는 전혀 관계도 없는, 그 선생님을 학교에서 내보내라는 항목이 데모문구에 들어있던 기억도 납니다.
대학교에서 전공과목을 공부할 때의 일입니다. 전공교수님은 실력이 뛰어나셔서 전공 교과서로 사용하는 책을 여러 권 지으신 분이었습니다. 인품도 매우 순한 분이셨습니다. 누가 대리대답을 해도 대답 소리만 나면 출석으로 체크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수업 시간 100분 동안, 본인이 지으신 책을 읽기만 하셨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수면 보충시간으로 사용했던 것은 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실력도 좋으시고 성품도 좋으신데, 교수능력이 없으셨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난 후에 성경을 읽다가 로마서 15:14에서 놀라운 사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여러분 마음에 선함이 가득하고, 온갖 지식이 넘쳐서, 서로 권면할 능력이 있음을 확신합니다.”바울이 그의 서신서인 로마서에서 제가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덕목을 짧은 한 구절 속에 다 열거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선함이 가득한 성품, 온갖 지식이 넘치는 실력, 그리고 서로 권면하여 다른 사람을 세워주는(성공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력에 대해서는 오해의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계셨던 저희 어머니를 예로 들겠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금년 1월에 97세로 하늘나라에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초등학교를 못 나오셨기 때문에 한글을 다 알지 못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를 12년 동안 개근하도록 아침밥을 거르지 않고 먹이시는 실력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제가 6학년 때에 학교에서 똥을 싸고 왔을 때에는 깨끗이 씻겨서 표시가 나지 않게 학교로 다시 돌려보내 주시고, 형들이나 아버지에게도 말씀을 하지 않으셔서 제가 놀림을 받지 않도록 해주시는 성품을 가지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제가 있도록 잘 되도록 해주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바로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갖추신 분이셨습니다. 빌립보서 2:5-8을 보면, 예수님은 첫째로,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시고 하나님과 동등하신 실력을 갖추신 분이셨습니다. 둘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비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시는 겸손한 성품을 지니셨습니다. 셋째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셔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것보다, 우리를 더 잘 되게 하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이 덕목은 우리가 누구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덕목을 갖추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야 할 덕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