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생각해 보세요.(퍼온 글입니다.)
(앞의 글 생략)아들이 제 말을 귀담아들은 것일까요? 얼마 뒤 나란히 찾아온 아들 내외는 그 사이 화해를 한 듯했습니다. 며느리가 웃으니 온 집안이 환해지는 것 같더군요. 그러나 반가운 기분도 잠시, 아이들은 뜻밖의 얘기를 꺼내놓았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기러기\' 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들만 혼자 남고 며느리는 두 아들 데리고 이역만리 남의 나라로 공부시키러 떠나겠다는 겁니다. 실은 근래에 부부가 자주 다투었던 까닭도 \'기러기\'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답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사실 아들 내외는 몇 년 전부터 그 문제로 설왕설래 말이 많았었습니다. 신혼 때에는 둘이 같은 생각이었지요. 기러기 생활하는 사람들을 좀처럼 이해 못 하겠다고요.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며느리의 생각이 변해가더군요.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는 아이들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없다고 하고, 용케 경쟁에서 살아남아도 비전이 없다고 하더군요. 큰 손자는 공부를 썩 잘하니까 넓은 세상에 데려가야 하고, 둘째 녀석은 공부 잘할 기미가 안 보이는 녀석이니까 이 땅을 벗어나야 한다고요... 자식을 잘 기른다는 것이 꼭 교육만 잘 시키는 것은 아니지요. 아침저녁으로 부모의 따뜻한 품을 느끼며, 내 나라에서 활개치며 자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설사 기러기 교육이 대성공을 이룬다고 해도, 부부의 금실이 멀어지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요? 소탐대실이 후회가 남을 뿐이지요.
(중간 생략)일방적인 통보일 뿐, 저에게 의견을 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십년 만에 처음으로 자식의 결정에 \'반대\'를 했습니다. 며느리에게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내 아들이 혼자 지내며 고생하는 것이 싫기 때문만은 아니다. 너를 위해서도, 애들을 위해서도 그 길은 길이 아닌 듯하다고요.
하지만 제 말은 별로 먹혀들지 않는 듯했습니다. 아들은 이미 포기한 듯했고, 며느리는 아무 말도 귀에 안 들리는 듯했습니다. 간신히 남편을 설득했는데, 시어머니가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게 못마땅한 눈치였습니다. 며느리는 끝까지,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만 하다가, 뾰로통해져서 돌아갔습니다.
애들이 가고 나서 답답한 마음에 저는 큰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래도 터놓고 말할 상대는 딸밖에 없다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제 얘기를 들은 딸의 반응은 참으로 매몰찼습니다. 기러기를 가든, 갈매기를 가든, 부부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시어머니가 왜 간섭이냐는 겁니다. 요즘 며느리들 그런 거 절대 못 참는다네요.
딸의 말에 저는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걸핏하면 딸은 \'요즘 며느리들\'이라는 말로 제 입을 틀어막지요. 그래도 엄마보다는 올케 편을 들 줄 아는 딸이 대견해서, 그동안은 참고 들었는데, 이번엔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저는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요즘 며느리가 아니라 너 같은 며느리겠지. 부모 자식이 남이냐?
전화를 끊어버리고 나서 한참이나 씩씩거리며 화를 냈습니다. 며느리보다 딸 때문에 더 화가 났습니다. 남편 남겨두고 자식 공부시키러 떠난다는 며느리는, 오죽하면 그런 결심을 했을까 싶어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식 일에 일절 아는 체를 말라는 딸의 말은 배은망덕하게 들립니다. 자식 일에 그만한 참견도 못할 거면, 뭐 하러 허리 휘게 고생하며 키우나요? 더구나 기러기라니요? 젊은 부부가 꽃다운 세월 떨어져 지내며 갖은 고생해 봐야 자식들은 다들 제가 잘나 그리된 줄 알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