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서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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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22:22
내 마음에 그려놓은 사람
마음 고운
그 사람이 있어서
세상은 살맛나고
나의 삶은 쓸쓸하지 않습니다
- 용혜원 님의 '내 마음에 그려놓은 사람' 중에서 -
월요일부터 심한 두통과 기침으로 고생을 했습니다
약 먹고 쉬면서 조금 나아져서
새벽엔 일어나 축구 응원도 할 수 있었지요
그래도 잠은 더 자 두어야 할 것 같아 막 잠이 들려는데
집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그냥 무시하고 자려다가 급한 전화일 수도 있다 생각하여
확인해보니 아는 분의 번호였어요
다시 전화를 걸려는 순간 초인종이 울리고
집앞까지 올라오셨습니다
"김치찌개예요. 어제 많이 끓여서..."
새벽기도 마치고 두통으로 고생하는 저를 위해 끓여오신
김치찌개를 받아들고
배웅다운 배웅도 못하고 들어와 우선 잠을 청하고
느즈막히 일어나
딸과 함께 맛있는 김치찌개에 아침을 먹었죠
중학교 시절부터 서울에 올라와 유학 아닌 유학을 한 저는
늘 소박하고 꾸밈없는 정다운 생활이 목마른 사람입니다
치장을 해야 하고, 뭔가 포장을 해야 하고,
이리저리 계산을 해서 득실을 따져 행동해야 하는
잘 갖추어진 매너도 좋지만
마음이 움직이면 별 것 아니라도 나눠주기도 하고 챙겨주기도 하고
형식 따지지 않고 왕래할 수 있는 정이 통하는 세상살이가
그립다고나 할까요?
이른 아침 가져오신 김치찌개가
이런 저를 가득가득 채워주고도 남았습니다
제가 늘 넉두리처럼 하는 얘기
"내가 시인이라면,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이 하소연이 저절로 나오는 날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찌개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