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이 다 써버린 볼펜
김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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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9 22:07
"깨끗이 다 써버린 볼펜"
지난주 예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입니다.
예배 마치고 집에 와서 아내 희연 자매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내도 깊이 공감했다고 하네요..
제가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철이 들었는지 부모님의 노후가 걱정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부모님이 은퇴하시고 나서 하실 일이 없어 소일거리 걱정을 하고 여생을 보내실 것이 가장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도했지요. "하나님, 아버지 어머니가 노후에도 계속 바쁘게 해주세요"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 의미있는 일들로 삶이 보람있게 되기를 기도한 것이지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전화드리면 "이런, 바뻐서 연락도 한번 못했구나. 너희들 아무일 없지?" 그렇십니다. 그럴 때마다 고등학생때 했던 기도가 생각이 나서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땐 장인,장모님까지는 생각도 못했는데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정말 기뻐하셨는지 장인, 장모님도 만학의 기쁨에 심취해 계셔서 즐겁게 사시는 것 같네요..
제가 부모님을 위해서 그렇게 기도하게 된 것은 아마 저의 인생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깨끗이 다 써버린 볼펜처럼,
하루를 열심히 살고 피곤하지만 기쁨 맘으로 편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세상을 비추고는 마지막에 서쪽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가는 태양처럼,
하나님께 잘 다듬어져서 온전히 쓰임받은 인생이 되기를,
인생의 황혼이 젊은 시절 보다 더 아름답기를 하나님께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