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선물(Gift)
무대가 밝아지면 거실에는 탁자에 부부가 앉아 있다. 전화가 울리면 남편이 전화를 받는다.
남편: 여보세요? (굉장히 경망스럽게 대답) 아이구 목자님 안녕하십니까?(전화기에 연신 굽신거리면서) 아 전에 말씀 하신 거요? 아 네 물론 열심히 생각해 보았죠. 아이구 여부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아이구 예 예 예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예 예.그럼 그만 들어가세요(진짜로 전화기에 들어갈려고 한다)
아내:아니 이양반이 뭘하나 (전화기에 머리가 들어간 남편을 끄집어 낸다)누군데 그렇게 굽신대면서 전화를 받아?
남편:응 목장의 목자님.
아내:그래?(팔장을 끼며)목자님이 무슨 말씀 하셨는데?
남편: 아니 우리보고 다음에 예비목자를 하라고 하잖아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 크게 울리면서 조명이 번쩍거린다)
아내: 아니 당신 돌대가리 아니야?
(그러자 남편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모자속의 돌덩어리들을 모자에서 꺼낸다) 아니..집에 테니스장이 있어 얼마나 좁은데 이 비좁은곳에 사람들을 어떻게 불러 모으라고 목자를 한다고 해…. 어이구 내 팔자야…(가슴을 친다) 집안에 골프코스 만들때까지 우리가 무슨 여유가 있다고 어떻게 사람들을 불러모아 밥해먹여? 어이구 이 인간아…
남편: (쭈빗거리며) ..그래도 막 하라고 시키잖아..내 체면이 있지 어떻게 거절해…그리고 오늘 목자님이 갑자기 출장간다고 오늘 목장모임부터 한번 이끌어 보라고 하단데
아내: 어이구 머리야.(손으로 머리를 쥐어뜯다가 갑자기 주먹을 불끈쥐면서)그래? 그렇다면 나한테 다 방법이 있지.
남편:무슨 방법?
아내: 이왕 이렇게 된거. 그럼 대행목자,목녀를 한번 하는 거야. 그래서 목원들을 불러모아놓고 괴롭혀서 하나 둘씩 목장에서 내 보내면 흐흐흐흐흐 그럼 절대로 목자, 목녀 하라고 권유하지 않겠지.흐흐흐흐 어때 내 아이디어가?
남편: (바보처럼 눈을 끔뻑거리면서)어떻게 목장에 온 목원들을 다 내보지?
아내: 자 보라구. 이렇게 아이들을 우루루 데리고 가서 막 어지르면 집주인들이 돌아버리겠지(그러면서 손에 든 종이휴지조각들을 공중에 대고 막 뿌리기 시작한다)
남편: (역시 바보처럼 웃으며)히히…그래 맞아. 특히 집 벽에 이만한 크레용으로 벽화를 그리면 목장장소로 집을 오픈한 주인은 돌아버리겠지(그러면서 커다란 크레용을 꺼내 벽을 막 그리는 시늉을 한다)
(종이를 공중에 뿌리며 어지르던 아내와 크레용으로 열심히 벽화를 그리던 남편 갑자기 동작이 동시에 멈춘다.)
남편: 잠깐 이거 우리 집이잖아…
아내: (당황한 얼굴로)에이….(망연자실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본다)
남편: 이건 신경쓰지 말고. 어서 목원들한테 전화나 하라구. 목장 모임 장소를 가르쳐 줘야지..
아내: 이런 전화하기가 얼마나 싫은데..(탁자위의 전화기를 들고 교양이 넘치는 목소리로) 아 여보세요. 호호호 안녕하세요. 이번에 대행목자의 목녀인데요. 안녕하셨어요? 오호호호호. 이번 목장모임의 장소를 말씀드리려고 전화를 했는데요. 이번 목장 모임 장소는……………………….어디게?(그러고는 갑자기 수화기를 확 놓아 버린다)
(수화기를 놓고 남편과 아내는 서로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딩동딩동하고 울린다.)
(얼굴을 마주보고 헉걱 놀라는 남편과 아내)
아내: 누…구..세요
목원1:(마치 문밖에 있는 목소리만)안녕하세요. 목자님 저 목원입니다.
(남편..아내 공포에 질린 얼굴이 된다)
아내: 아니 이거 목장 모임 장소를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귀신처럼 목원들이 찾아오네.
(그러자 무대에 진짜 귀신복장을 한 사람이 쓰윽 아무말 없이 지나간다)
남편: 여보 이거 어떻게해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아내: (다시 사악한 미소를 띄면서)잘 되었어 어짜피 먹을 목장음식도 없는데 흐흐흐 목원들이 크게 실망하겠지..
목원1: (들어오면서) 안녕하세요(굉장히 인자한 얼굴로 무대로 들어오자 마자 기도를 한다)
(기도 하는 것을 아니꼽게 바라보던 아내 목원이 기도를 끝내고 고개를 들자 다시 비굴한 얼굴로 돌아와 반갑게 맞이한다)
목원1: (어지러워진 주위를 둘러보면서) 아이들과 자주 놀아주시는 모양이죠. 역시 이번 목자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세요.
(남편 목원의 말에 엉거주춤 인사하는데 아내가 남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아내: 아이고 이렇게 먼길을 오셨는데 그런데 저희집 형편이 (갑자기 훌쩍 거린다) 이렇게 어려워서 딱하게도 오늘 목장 모임에서 먹을 식사거리가 라면밖에 없는데 어쪄죠..훌쩍
목원1: (해맑은 표정으로)하하 걱정마세요. 그렇찮아도 오늘 첫 모임인에 제가 음식을 준비시켰죠.
(갑자기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 오나라’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진수성찬이 케더링 되어 들어 온다. 상이 부러지게 들어오는 음식을 입을 떡 벌리고 바라보는 남편과 아내)
(목원이 못 알아듣게 구석으로 간 두 부부)
남편: 뭐야 일이 우리가 원하는데로 가질 않찮아
아내: 아휴 나도 몰라. 이판사판 그래 갈데까지 가보자.
(아내 음식이 있는 테이블로 달려가서 할렐루야 땡큐 아멘이라고 건성으로 기도하고 음식이 놓인 접시(과자가 놓여있음)를 향해 게걸스럽게 손으로 집어 먹기 시작한다. 아내를 유심히 바라보던 남편도 따라 우걱거리면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목원1: 어쩜. 허기진 목원들을 위해 식사기도도 무척 짧게 하시네..
(목원1이 진짜 존경스럽게 바라보자 놀란 아내와 남편 )
목원2: 식사도 저렇게 건강하게 하시니 영적으로도 건강하신거야
(더욱더 놀란 눈으로 목원2를 바라보는 두 부부)
(아내 ‘에라이’그러면서 접시를 혀로 햟기 시작하자 목원1 눈물을 글썽이면서)
목원1: 목원들이 설겆이 하는데 힘들어 할까봐 저렇게 깨끗하게 드시다니 흑흑..
(고개를 갸우뚱하는 두 부부)
남편: (목소리를 가다듬고) 흠흠 자 그럼 애찬식이 끝이 났으니 찬송을 부르면서 목장 모임을 시작해 볼까요.
(남편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부부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몇일 후 몇일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등 주로 장례식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
(듣고 있던 목원 1,2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떨군다)
(성공했다고 좋아하는 두 부부)
목원1: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부르시는 찬송을 들으니 지난주 떠나가신 작은 아버지생각이 막나네요. 아직까지도 장례찬송을 부르는 우리들을 하늘나라에서 보시는 작은 아버지가 기뻐 하실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목원2: (상기된 목소리로)어찌 저리 새심하게 목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런 찬송가를 적재적소에서 불리주시는지 정말 목자 목녀님 존경합니다.
(어안이 벙벙해지는 두 부부 다시 구석으로 가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남편: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전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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