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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265) 엄마표 김밥!!

김보근 0 993

저희 부부는 결혼 31주년 기념일을 미국에서 김밥 싸며, 배달하며 보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미국 시간으로는 421일 목요일 새벽 2, 한국 시간으로는 목요일 오후 6시 경입니다. 길고도 긴 저희 부부의 31주년 결혼기념일을 마치고, 피곤한 아내는 깊이 잠들어 있는 시간입니다.

 

저희 부부는 한국에서 419, 저희 부부의 결혼기념일 하루 전날, 그러니까 지난 화요일 저녁 840분에 출발했는데,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히려 6시간이 더 생겨서, 화요일 오후 2시 경이었습니다.

 

미국 입국수속을 할 때도 여행 목적이 아들 결혼식 참석이라고 하니, 축하 인사와 더불어 자세한 것은 묻지도 않고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주어서, 희민이가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2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27개월 전 딸 결혼식 때와 달리, 아들의 신혼집은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서 제가 해 줄 것이 전혀 없습니다. 사돈댁이 차로 7~8시간 거리의 샌디에고에 거주하고 있기도 하고, 또 미국 결혼식은 거의 전적으로 신부측이 주도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신부측에서 결혼식 전에 신경 쓸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돈댁 식구들이 몇 시간 후면 신혼집에 도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저희 부부는 신혼집에 잠깐 들러서 예비 며느리와 사위와 함께 민애만 빠진 온 가족이 이른 저녁식사를 즐겁게 나누고, 사위의 집으로 서둘러 이동했습니다.

 

민애는 법학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여, 주중에는 학업 때문에 차로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학교 근처에서 지내며 주말 부부로 살고 있습니다. 주중에는 딸 없이 사위 혼자 지내고 있는 집인데도 제법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어 기특하였습니다. 장인 장모님 오신다고 사위 혼자 하루 종일 집안 청소를 했다고 합니다.

 

사위는 내일 출근을 위해서 먼저 잠이 들었고, 저희 부부도 여행에 지쳐서 일찍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아내는 이래저래 분주합니다. 딸이 공부하느라 남편 아침도 못 해주고, 도시락도 못 챙겨 주니, 장모님 있을 때라도 아침식사 준비해 주고, 도시락도 싸주고 싶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함께 늦은 밤, 어렵게 김밥재료를 구해서 김밥 쌀 준비를 미리 다 해 놓고 잠을 청했습니다. 드디어 저희 부부의 결혼 31주년 기념일이 밝았습니다. 아침에 깨어보니 사위가 출근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아내는 저보다 한참 일찍 깨서 사위 아침으로 오믈렛을 만들어 주고, 김밥도 싸서 도시락까지 챙겨 주었습니다.

 

사위가 출근한 후, 김밥을 더 싸서 결혼식 준비로 수고하실 사돈댁 식구들과 아들, 예비 며느리가 함께 있는 신혼집으로 김밥을 배달해 주고, 부지런히 달려서 민애에게도 김밥을 배달해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는 김밥을 그것도 엄마표 김밥을 오랜만에 먹고 맛있어 하는 아들의 카톡을 받고, 또 딸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내는 정말 행복해 합니다. 이것이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민애와 함께 학교 캠퍼스를 투어하고, 민애가 다른 법학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살고 있는 집도 방문하고, 또 딸과 함께 저녁도 먹고 수다도 떨고... 결혼 31주년 기념일이 저물었습니다. 저희 부부 둘 만의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으나, 김밥 싸며, 배달하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다운가족 여러분들이 저의 목회편지를 읽으실 때는, 제가 있는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는 토요일 저녁일 테니, 아들의 결혼식이 마무리 되었을 시간입니다. 교회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교회를 비워서 죄송한 마음이지만,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그리고 다운가족 여러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귀국 후에 더욱 더 감사한 마음으로 교회와 주님을 힘써 섬기겠습니다.<석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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