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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의료진은 정말 최고인 것 같습니다.

석정일 0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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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휴가를 보냈습니다.


17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미국까지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갔으나, 오히려 그 만반의 준비로 짐이 많아져서 더 힘든 여행이 되었습니다.

 

거기다 미국 입국 심사를 받으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었습니다. 미국 시민인 손녀를 데리고 입국하는 것이니 오히려 입국절차가 쉬울 것이라 예상했는데, 아기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긴 부모 동의서(공증까지 마친 서류)를 내놓으라는 요구에 아차~’하는 마음과 더불어 이것이 미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신매매나 아기 유괴의 가능성이 있어서인지 철저한 확인과 조사를 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입국 심사대에서 오랜 시간 기다렸으나 절차가 끝나지 않았고, 다시 별도 사무실로 불려가서 조사를 받고, 다음에는 미리 서류 준비 철저하게 하라는 훈계까지 받고 겨우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심장혈관스탠트 시술을 하고 퇴원한 다음 날(6/11) 한국에 도착한 로희와 함께 보낸 지난 5주간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로희가 한국에 머물던 중에 아내는 갑상선암 확정 진단을 받았고, 미리 계획한 대로 로희를 데리고 미국을 방문할 것인가, 아이들에게 로희를 데리러 나오게 하고, 치료를 서두를 것인가 고심의 시간을 갖다가, 예정대로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로희는 한국에서 출발하기 직전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미국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고열에 시달리면서 계속 토하고 설사하기를 반복하다가, 급기야 응급실로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혈관을 찾지 못해 네 명의 간호사들이 돌아가며 무려 일곱 번을 실패하고, 여덟 번째 겨우 성공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주사 바늘에 찔릴 때마다 자지러지게 울더니, 나중에는 지쳐서 울 기운조차 없는지 소리도 못 내고 초점없이 허공만 쳐다보는 로희의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탁월한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들이 있는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딸과 미국 고등학교 현직 선생님이면서 목회를 병행하며 육아도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위를 보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젊은 부부가 아기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아기가 아프지 않아도 육아가 쉽지 않은데, 아기가 갑작스럽게 아프기까지 하면 정말 난감하겠구나!! 하나도 힘든데 둘, 셋이라면 정말 힘들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 미국 체류 기간 저희 부부는 아픈 로희를 돌보는 것 외에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로희의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국으로 귀국하기 직전에 훨씬 더 좋아진 모습을 보고 출발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딸과 사위가 가장 힘들었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제부터는 아내의 치료에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아내의 육아를 거의 돕지 못했습니다. 일 중독자처럼 회사 일에 몰두하며 지냈습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요즈음 우리 교회에 계속해서 아기들이 새로 태어나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육아의 과정에 이런저런 예상치 못한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지 않을 수 없을텐데, 기쁜 마음과 더불어 짠한 마음이 함께 찾아옵니다. 교회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떤 길이 있을까요?<석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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